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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지난주 취재를 통해 안식일로 정해진 시험일을 바꾸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안식일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였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기자에게 안식일은 그저 행복한 날이었다. 금요일이 되면 학교에서 끝나고 일찍 돌아와서 피아노학원을 일찍 다녀온 후 동네 목욕탕으로 향한다. 목욕탕에 가면 학교 근처 교회 목사님들을 만날 수 있다. 깨끗이 씻고 집에 도착하면 먹을 수 있는 특식이 준비돼 있다. 안식일만 되면 먹을 수 있는 ‘맘모스’빵이 그중에 하나다. 안식일은 항상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바쁘게 학원을 다니다가도 안식일이 온다는 것에 행복하곤 했다.


기자는 초등학생 때 누구나 다녔을법한 태권도학원을 다녔다. 빨간띠까지는 학원에서 그냥 시험을 봤고 진급할 수 있었다.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다음이 ‘검빨간띠’였는데 시험일이 안식일이었기 때문에 결국 태권도를 그만뒀다. 한문학원도 다녔다. 매일 가서 한자를 반복해서 쓰거나 사자소학 같은 책을 읽고 뜻을 외웠다. 학교대표로 한자대회도 나간 적도 있다. 3급을 따고 2급까지 도전하게 됐지만 시험은 계속 토요일에 치러졌고, 결국 이것도 포기했다. 포기라기보다는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이 그냥 당연했다.


입대 후 신교대에서 안식일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더니 담당교관이 “그러면 계속 유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산훈련소로 갔으면 해결됐겠지만 사단훈련소로 입대했다. 후반기 교육을 받을 때도 안식일에는 교회를 가야 한다고 했더니 안 된다고 하고 토요일에 따로 개인적인 시간을 갖도록 해줬다. 자대배치를 받고 ‘전포사격지휘통제관’에게 토요일은 안식일이라 교회를 가야한다고 했더니 ‘토요일에 교회 가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엔 이전 부대에서 안식일을 지키게 해줬던 포대장 덕분에 교회에 갈 수 있었다.


기자는 취재를 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에 세상 사람들에게 안식일의 쉼을 알려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젊은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욜로(YOLO)’나 ‘휘게(Hygge : 편안함, 따뜻함을 나타내는 덴마크어로 가족과 친구와 함께 보내는 소박한 시간)’처럼, 안식일을 어떤 ‘쉬는 날, 자연으로 나가는 날’로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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